
회식 자리에서 “한 잔만 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술 자체보다 더 어려운 것은 분위기를 깨지 않고 내 선을 지키는 일입니다. 내일 아침 회의가 있거나, 약을 먹고 있거나, 운전·육아·건강·개인 일정이 있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유를 길게 설명할수록 오히려 설득의 대상이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퇴근길에 읽을 이 글은 술을 마시는 사람을 평가하거나 회식을 무조건 피하라고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원하지 않는 권유 앞에서 내 몸과 다음 날의 시간을 지키면서도, 관계를 불필요하게 긴장시키지 않는 짧은 대답과 행동 순서를 정리한 글입니다.
가장 먼저 기억할 것은 간단합니다. 거절은 변명이 아니라 선택을 알리는 말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저는 음료로 함께할게요”, “내일 일정 때문에 먼저 물로 바꿀게요”처럼 짧고 반복 가능한 문장은 상대를 설득하려는 말이 아니라 내 결정을 전달하는 말입니다. 거절을 잘해야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부담도 내려놓으세요. 한 번에 완벽히 말하지 못해도, 다음 번에 쓸 문장 하나를 정해 두는 것만으로 퇴근 후 후회를 줄일 수 있습니다.
① 회식에서 술을 권유받아도 이유를 길게 증명할 필요 없이 “오늘은 음료로 함께하겠습니다”처럼 짧게 선택을 말해도 됩니다.
② 한 번 거절한 뒤에는 잔을 물·무알코올 음료로 채우고, 귀가 시간·교통수단·내일 일정을 먼저 정하면 반복 권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③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반복 압박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나 근무환경 악화가 이어진다면 날짜·말·참석자 등 사실을 남기고 회사 절차나 고용노동부 1350 상담을 확인하세요.
왜 “한 잔만”이 퇴근 뒤까지 남을까
회식에서의 권유는 대개 친해지자는 말, 분위기를 맞추자는 말, 고생했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거절하는 사람은 “내가 예민하게 굴면 어쩌지” 또는 “팀에서 겉돌면 어쩌지”를 먼저 걱정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같은 문장도 누가, 얼마나 자주, 어떤 자리에서, 거절 뒤 어떻게 말했는지에 따라 부담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가벼운 제안과 반복되는 압박은 같지 않습니다. 내일 출근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술자리 자체가 두렵다면, 그 감정을 사소하다고 밀어두기보다 무엇이 불편했는지 구체적으로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직장인에게 회식은 업무와 사적 시간이 섞이는 자리일 수 있습니다. 참석 여부, 늦게까지 남는 일, 술을 얼마나 마시는 일이 평가나 관계와 연결될 것처럼 느껴지면 선택이 자유롭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불편한 회식이 곧바로 법적 문제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불편함을 “사회생활이니까 참아야 한다”로만 처리하면 내 건강, 안전 귀가, 다음 날 업무 집중까지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의 의도를 단정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어떤 선을 지킬지 미리 정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준비입니다.
첫 대답은 길지 않을수록 흔들리지 않습니다
권유를 받는 순간에는 그럴듯한 이유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생깁니다. 하지만 건강 상태, 가족 사정, 개인 약속을 상세히 말할 의무는 없습니다. 설명이 길어지면 상대가 “그럼 한 잔만”, “오늘만 예외로”라고 협상할 여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신 짧고 정중한 문장을 미리 골라두세요. “저는 오늘 술은 안 마시고 같이 있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마실게요.”, “내일 일정이 있어서 음료로 바꿀게요.”, “괜찮습니다. 건배는 함께할게요.” 같은 말이면 충분합니다.
핵심은 사과하는 말투보다 반복 가능한 말투입니다. “죄송한데 제가 원래…”로 시작하면 내 선택이 상대의 허락을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조직 문화상 더 부드러운 표현이 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저는 오늘은 음료로 갈게요. 자리에는 끝까지 함께할게요”처럼 참여와 음주를 분리해 말해보세요. 회식의 대화와 식사는 함께하되, 마시는 양은 내가 결정한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내가 고른 문장을 두세 번 같은 톤으로 반복하는 것이 새 이유를 계속 만드는 것보다 에너지를 덜 씁니다.
거절한 뒤에는 ‘손에 든 것’과 ‘다음 행동’을 바꿉니다
말로 한 번 거절한 뒤 빈 잔을 그대로 두면 다시 권유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 탄산수, 차, 무알코올 음료처럼 내가 마실 것을 미리 주문해 손에 들고 있으면 “안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음료를 마시는 사람”으로 자리를 이어가기 쉽습니다. 건배가 필요하다면 잔을 들어도 괜찮고, 술을 마셔야만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 주문, 대화 주제, 사진 촬영, 다음 장소를 정하는 일처럼 술과 무관하게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도 많습니다.
두 번째 행동은 귀가의 끝 시간을 정하는 것입니다. “조금 있다가”보다 “저는 9시에 먼저 가겠습니다”처럼 시간 기준을 세워 두면 자리를 빠져나올 때 설명이 짧아집니다. 막차·대리운전·동행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습관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도 유용합니다. 회식 뒤 안전 귀가 수단을 정하는 순서는 회식 뒤 귀가 전 확인할 체크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불편한 권유를 피하려다 혼자 늦은 시간에 무리해서 귀가하는 선택은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관계를 지키려다 내일의 몸과 일을 포기하지 않는 법
술을 거절하면 팀 관계가 나빠질까 걱정하는 마음은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꼭 마실게요”처럼 약속을 하거나, 원치 않는데도 잔을 받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내일의 컨디션과 안전을 대가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 그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관계는 술의 양보다 일상에서의 협업, 약속을 지키는 태도, 필요한 때 도움을 주고받는 경험으로도 만들어집니다. 회식 자리에서 대화를 경청하고, 고마운 말을 전하고,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단호한 문장이 부담스럽다면 신뢰하는 동료 한 명에게 미리 말해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오늘 술은 안 마시는데, 권유가 길어지면 화제를 바꿔주면 고맙겠다”처럼 부탁하면 혼자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다만 동료에게 내 사정을 모두 공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의 선택을 가볍게 지지해주는 분위기가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한 자리라면 내 귀가 시간과 다음 날 일정을 우선하는 것도 정상적인 선택입니다.
반복 권유가 불편함을 넘어 압박으로 느껴질 때
한 번의 어색한 권유와 반복적 압박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놀리거나, 업무상 불이익을 암시하거나, 개인 사정을 캐묻거나, 참석과 음주를 강요하는 말이 이어져 정신적으로 힘들다면 혼자 “내가 너무 민감한가”라고 결론내리지 마세요. 우선 날짜, 장소, 어떤 말이 있었는지, 누가 들었는지, 이후 업무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사실 중심으로 적습니다. 감정을 없애라는 뜻이 아니라, 나중에 상담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한 기록입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회식의 음주 권유가 이 기준에 해당하는지는 반복성, 권유 방식, 관계, 불이익 여부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될 수 있으므로 이 글만으로 결론내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압박이 이어져 일터가 두렵거나 업무에 영향을 준다면, 회사의 고충처리·인사·윤리 채널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 안내를 통해 상담 경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록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메모입니다
불편한 자리가 있었던 날에는 퇴근 뒤 머릿속에서 장면이 더 크게 재생될 수 있습니다. 이때 장문의 감정 기록을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메모장에 날짜, 회식 장소, 참석자, 들은 말, 내가 한 대답, 이후 받은 연락만 짧게 적어도 충분합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번 더 마시라는 말을 들었다”처럼 기억의 범위를 솔직하게 적는 편이 나중에 더 도움이 됩니다.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거나 단체방 내용을 외부에 퍼뜨리는 행동은 별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조직의 안내와 법률 상담을 확인한 뒤 신중히 판단하세요.
기록을 남겼다면 당장 큰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 회식에서 사용할 한 문장을 정하고, 믿을 만한 동료나 회사의 공식 창구에 상황을 설명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회사 스트레스가 “내가 예민해서”인지 의심될 때 사실을 정리하는 방법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전 남길 기록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기록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준비보다, 내가 겪은 일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선택지를 확보하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내일 출근을 덜 어렵게 만드는 회식 전·중·후 체크
- 전: 귀가할 시간과 교통수단을 정하고, “오늘은 음료로 함께할게요”처럼 쓸 문장 하나를 골라 둡니다.
- 중: 물이나 원하는 음료를 먼저 주문하고, 거절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 중: 한 번 정한 말은 새 변명 대신 같은 톤으로 반복합니다. 신뢰하는 동료에게 화제 전환을 부탁해도 됩니다.
- 후: 불편한 일이 있었다면 날짜·말·참석자·후속 연락을 사실대로 메모하고, 혼자 결론내리지 않습니다.
- 후: 다음 날 업무가 걱정된다면 오늘 꼭 해야 할 한 가지와 내일 처리할 일을 나눠 적습니다. 3줄 업무 마감 메모처럼 짧은 방식이면 충분합니다.
말이 막힐 때 쓸 수 있는 상황별 문장
회식 초반에는 “저는 오늘 술은 안 마시고 식사만 함께할게요”가 가장 간단합니다. 건강·약·운전·가족 일정처럼 구체적인 이유를 덧붙이고 싶다면 그것도 선택이지만, 이유를 말한 뒤 상대가 판정하거나 설득할 자리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한 잔을 받은 뒤라면 “여기까지만 마시겠습니다. 다음 잔은 물로 할게요”라고 현재의 기준을 말해보세요. 늦은 2차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저는 여기서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즐거웠습니다”처럼 감사와 귀가를 한 문장에 넣으면 됩니다. 이 문장들은 상대가 반드시 좋아할 말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결정을 내가 다시 확인하는 장치입니다.
상대가 “왜?”, “한 잔도 안 돼?”, “사회생활인데”처럼 다시 묻는다면 새 설명을 만들기보다 같은 문장을 조금만 바꿔 반복하세요. “네, 저는 오늘은 이렇게 할게요.”, “괜찮습니다. 음료로 함께할게요.”,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농담으로 넘기고 싶다면 “내일의 제가 저를 칭찬하게 오늘은 물로 갈게요”처럼 가벼운 표현도 가능합니다. 다만 농담이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든다면 억지로 웃을 필요는 없습니다. 말끝을 올리지 않고, 잔을 바꾸고, 다른 동료와 대화를 이어가는 행동이 함께 있으면 기준이 더 분명해집니다.
회식 전 2분 준비가 권유의 부담을 줄입니다
회식이 잡혔을 때는 참석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장소·종료 예상 시간·귀가 경로를 먼저 봅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 막차, 택시 승차 지점, 함께 귀가할 동료, 다음 날 첫 일정만 간단히 확인하세요. 이 준비는 술을 거절하려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피곤한 상태에서 낯선 장소를 나서거나 동료와 헤어진 뒤 이동할 때 생기는 불안을 줄여줍니다. 회사에서 회식 참석이나 2차가 사실상 의무처럼 느껴진다면, 일정 안내가 왔을 때 “저는 1차까지만 가능합니다”처럼 시간 경계를 먼저 전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식 전에는 내 기준을 숫자로 정하는 대신, 그 숫자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도 경계하세요. 예를 들어 ‘두 시간 뒤 귀가’, ‘음료만’, ‘운전 예정이면 음주 없음’처럼 행동 기준을 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술을 마실지 말지, 언제 나갈지는 현장에서 바꿀 수 있는 선택입니다. 분위기 때문에 원래 계획을 바꿨다면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다음 자리에서 더 쉬운 문장을 준비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건강과 안전을 다른 사람의 기대보다 뒤로 미루지 않는 연습입니다.
회사 문화와 내 선택을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우리 팀은 원래 이래”라는 말은 오래된 관행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며 친해지고, 어떤 사람은 식사와 대화만으로 관계를 만듭니다. 서로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회식의 부담을 줄입니다. 관리자나 선배라면 먼저 “술은 각자 편한 만큼 드세요”, “귀가 시간 맞춰 먼저 가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후배·동료가 느끼는 압박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권유하는 입장이라면, 한 번 제안한 뒤 거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배려입니다.
직장인에게 필요한 관계 기술은 모든 요청을 받아들이는 기술이 아닙니다. 업무에서 필요한 협업과 개인의 몸·시간을 지키는 선택을 동시에 연습하는 기술입니다. 퇴근 후에도 회사 생각이 계속 남는 날에는, 오늘 회식에서 불편했던 장면을 반복 재생하기보다 내일 확인할 일 한 줄과 나를 위해 지킬 기준 한 줄을 분리해 적어보세요. 회식의 한 장면이 내 회사생활 전체를 규정하지 않게 하려면, 내 선택을 작은 문장과 행동으로 되돌려 놓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건강상 이유를 말해야만 거절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선택 자체로 충분합니다. 자세한 사정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면 “오늘은 안 마실게요”라고 짧게 말해도 됩니다. Q. 건배만 하고 잔을 내려놓으면 무례한가요? 조직과 자리의 분위기는 다르지만, 대화·식사·건배 참여와 음주량은 분리할 수 있습니다. 내가 편한 방식으로 참여하면 됩니다. Q. 계속 권하면 바로 신고해야 하나요? 급하게 단정하기보다 말과 상황, 반복 여부, 업무상 영향 등을 사실대로 적고 회사의 공식 절차나 상담 창구를 확인하세요. 위협·강요·안전 위험이 있다면 혼자 남지 말고 즉시 주변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Q. 술을 마신 뒤 운전해도 되는 양이 있나요? 안전을 위해 술을 마셨다면 운전하지 않는 선택이 가장 분명합니다. 귀가 수단은 자리 전에 정해 두세요.
확인한 자료와 한 줄 정리
이 글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와 고용노동부의 고객상담센터 1350 안내를 확인해 정리했습니다. 개별 상황의 법적 판단과 회사의 처리 절차는 사실관계와 취업규칙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반복되는 압박이나 불이익이 있다면 회사의 공식 창구 또는 전문 상담을 통해 확인하세요.
회식에서 내 잔을 비우지 않는다고 관계까지 비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짧은 한 문장, 미리 정한 귀가 시간, 필요할 때 남길 사실 메모만 챙겨보세요. 그 세 가지가 내일의 컨디션과 회사생활을 함께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